서핑을 시작한지 10년이 되었을 때

서핑을 시작한지 10 여 년이 되어간다. 중간에 2년 정도 공백이 있었다. 오늘은 서핑을 해왔던 10년을 돌아보려 한다. 해외도 다녀오고 장비도 여러 번 교체하며 욜로의 삶을 살아온 것은 사실이다. 많은 걸 보고 듣고 경험했다. 이건 분명 유익한 10년의 세월이다. 하지만 지나온 시간의 가치를 생각하면 한편으론 그 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유익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한편으론 서핑과 관련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서핑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나의 자산이라는 것에 위안이 된다. 10년전 서핑을 시작했을 때의 그 희열은 끝내주는 파도가 밀려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런 표현 조차 서핑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묘사를 할 수 있는 것일 것이다. 서핑을 처음 시작하고 5년이 지났을 즈음 서핑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 10년이 되어가는 현재이다. 서핑 열기는 문학 작품의 구성 단계와 같이 결말에 다다랐다. 서핑을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고 절정 단계에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절정 다음 단계에는 어떤 상태가 될지 매우 궁금하지 않은가. 물론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일 수도 있을 거 같다. 결말이 언제 시작할지 모르지만 나에겐 결말이 찾아온 것 같다. 왠지 그런 느낌이 든다. 발단부터 절정까지 서퍼들의 감정이 어떨지 각 단계를 지나온 서퍼들이라면 공통된 생각을 가지리라 생각이 든다. 물론 서핑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면 말이다. 내가 느끼는 결말은 다음과 같다. 서핑을 생각하면 여전히 심장이 두근거리고 설렌다. 단어 뒤에 바로 이어서 떠오르는 밀려오는 파도와 그 위 파도 면의 경사로를 타고 내려오는 보드 그리고 그 위를 걷는 서퍼가 이어서 연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설렘이 바다를 찾게 하지는 않는다. 새벽에 일어나 보드를 차 위에 올리고 웻수트를 챙겨 이런저런 액세서리를 챙기는 것이 이제는 제법 수고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핑을 할 마음을 접은 것은 아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예보를 통해 적절한 파도가 예상되는 적중률이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주말에 서핑을 하러 다닐 때 한달에 한번 혹은 두달에 한번 정도 파도를 찾게 만든다. 내가 원하는 파도는 그러한 빈도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달에 한번의 빈도가 더 맞을 거 같다. 지난주는 파도가 없었다. 이번주도 왠지 없을 거 같다. 그 다음주도 마찬가지일 거 같다. 이러한 상황은 삶과 여가의 밸런스를 맞춰주게 되었는데 레저를 좋아하는 내가 주말에 집에만 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골프와 낚시를 시작한 것이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그것에 중독이 되는 기분을 안다. 그러기에 새로운 취미는 쉽게 중독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서핑에 그 무엇보다 강력한 중독을 느껴봤기 때문이다. 서핑보다 더 심한 중독 요소가 있을까? 물론 있겠지만 골프와 낚시는 나에게 그러한 중독성을 미치지는 않는 거 같다. 이건 사람마다의 취향일 테니까. 누군가는 그 반대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지고 있던 롱보드를 다른 사람에게 중고 거래로 양도했다. 그동안 서너개의 웻수트는 낡아서 찢어졌는데 새로 구입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찰나에 해변에서 모래가 묻은 웻수트를 세척해서 차에 싣고 집에 가져와 집안 군데군데에 떨어지는 모래와 수고스러움을 생각하면 금새 새 웻수트 구매가 꺼려진다. 그리고 렌탈이라는 방법을 떠올린다. 이게 나의 서핑 레저의 결말이다. 렌탈할 보드와 웻수트가 나에게 맞는 것이 없다면 그날은 서핑을 하지 말자는 생각인 것이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 말이다. 하지만 차에 들어가는 작은 길이의 피쉬 보드 하나를 장만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마도 조만간 해외에 가서 하나 장만해 오지 않을까 하는 미래 행동이 그려진다. 나는 주로 숏보드를 탔고 절정 단계에 롱보드를 즐겨탔다. 이것은 서핑이라는 한 레저에 두가지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또 한 유형의 즐거움이 키핑(Keeping) 된 기분이랄까.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다. 여튼 되돌아 보고 나니 10년의 세월은 분명 헛됨은 아닌 게 분명하다. 이 글을 읽는 결말 단계에 들어서지 않은 서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현재 주변에 있는 서퍼들과 많이 어울리고 또 서핑을 즐기지 않은 주변 사람들과도 어울리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들은 서핑을 하고 있을 때나 서핑을 하고 있지 않을 때나 어떤 상태에서도 여러분으로부터 소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에게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진출처 스톡트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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